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한국형 사극과 좀비 장르를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으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단순히 좀비가 등장하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조선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부패, 생존의 본능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김은희 작가는 치밀한 각본을 통해 서사의 리듬을 조율하며, 한 편의 정치 스릴러이자 인간 심리극으로 완성시켰다. 이 글에서는 ‘킹덤’의 스토리텔링 구조와 서사적 완성도, 그리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각본의 비밀을 세부적으로 살펴본다.
스토리텔링의 정교함
‘킹덤’은 단순히 좀비가 등장하는 공포물이 아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진실을 감추려는 권력’과 ‘그 진실을 밝히려는 인간의 의지’가 있다. 김은희 작가는 단일 사건이 아닌 여러 갈등 축을 동시에 전개시켜, 시청자가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을 바라보게 만든다. 세자는 권력의 중심에서 진실을 쫓고, 백성들은 절망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쓴다. 이러한 다층적인 스토리라인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인간의 본질을 보여준다. 또한 ‘킹덤’은 회차마다 독립적인 사건을 배치하면서도 큰 흐름에서는 하나의 긴 서사로 이어진다. 이는 에피소드적 구조와 장편 서사를 절묘하게 결합한 김은희 작가의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 덕분이다. 예를 들어 1화에서는 역병의 시작을 보여주고, 2화에서는 그 원인이 점차 밝혀지며, 3화에서는 권력 다툼이 본격화된다. 매 회가 독립적으로 흥미롭지만 전체를 통해 거대한 진실이 드러나는 구조는 시청자에게 끊임없는 긴장감을 제공한다. 또한 인물의 대사는 짧고 압축적이며, 한 마디 안에 복선과 감정을 담는다. 이런 서사적 밀도는 시청자가 장면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만든다.
서사의 구조적 완성도
‘킹덤’의 각본은 서사 구조의 정교함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호평받았다. 일반적인 드라마가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반면, ‘킹덤’은 원인과 결과, 인물의 동기를 철저히 계산한 구조를 따른다. 김은희 작가는 단순히 역병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권력과 탐욕의 상징’으로 변환시켰다. 왕의 시신을 살려 권력을 유지하려는 조정의 결정은, 생명보다 권력을 중시하는 인간의 비극을 보여준다. 또한 ‘생사초’라는 허구적 설정은 이야기의 중심 축이 되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런 방식의 상징적 서사는 단순한 장르물에서 철학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각 인물의 행동에도 서사의 논리가 내재되어 있다. 세자는 단순히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라, 권력의 무게를 깨닫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며 성장한다. 조학주는 냉혹한 현실주의자로, 악역이지만 그의 행동에는 권력 유지라는 명확한 논리가 있다. 이처럼 ‘킹덤’의 각본은 선악의 단순한 대비를 벗어나, 인물의 가치관과 신념을 중심으로 갈등을 설계했다. 또한 플롯의 전개 방식에서도 전통적인 3막 구조를 기반으로 하되, 주요 사건 사이에 반복되는 리듬을 부여해 서사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예컨대 매 회차마다 ‘낮의 정치’와 ‘밤의 공포’라는 대비가 등장하며, 이 시간의 전환이 서사의 리듬을 형성한다.
긴장감의 연출과 서사적 리듬
‘킹덤’의 긴장감은 단순히 좀비의 공격에서 오지 않는다. 김은희 작가는 서사적 장치를 통해 인간 내부의 공포와 사회 구조의 부패를 동시에 드러냈다. 첫 번째 긴장 포인트는 ‘비밀의 존재’다. 왕이 죽었다는 사실, 역병의 진실, 생사초의 기원 등은 서사의 초반부터 끝까지 조금씩 드러난다. 이 비밀의 단계적 공개는 시청자의 집중력을 극대화시킨다. 두 번째는 ‘인간 관계의 대립 구조’다. 세자와 중전, 세자와 조학주, 의녀 서비와 민초 등 각 관계는 긴장과 신뢰가 교차하는 서사적 축으로 작용한다. 김은희 작가는 이 대립 구조 속에서 인물의 선택이 가져오는 파국을 그리며, 인간의 본성을 폭로한다. 세 번째는 ‘시간의 리듬’이다. ‘킹덤’의 각본은 낮과 밤, 생과 사의 경계를 반복적으로 교차시키며 리듬을 만든다. 시체가 되살아나는 시간, 해가 떨어지면 시작되는 공포 등은 시청자에게 본능적인 긴장감을 준다. 이런 시간의 계산된 리듬 덕분에 시청자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서도 일관된 긴장감을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김은희 작가는 ‘대사보다 침묵이 더 많은 서사’를 구사한다. 말보다 시선과 행동이 긴장감을 만든다. 인물이 숨을 죽이고 서 있는 장면조차, 각본 단계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다. 이러한 미묘한 리듬의 조절은 ‘킹덤’을 단순한 호러물이 아닌, 문학적 완성도를 지닌 작품으로 만든다.
‘킹덤’의 각본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예술적 설계다. 김은희 작가는 서사와 상징, 인물의 내면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임을 증명했다. 스토리텔링의 정교함, 서사의 구조적 완성도, 그리고 지속되는 긴장감의 리듬은 모두 치밀한 각본 설계의 결과다. ‘킹덤’은 단순히 좀비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거울이자 권력의 탐욕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앞으로 공개될 시즌3에서는 이 서사적 철학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지, 김은희 작가가 또 어떤 방식으로 긴장감을 조율할지 전 세계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